재산을 포기하고 독신을 지키며 교회 봉사를 위해 개인의 욕망을 버린 사람들은 교회 초기 역사 때부터 있었습니다. 이들은 남자는 ‘금욕자’, 여자는 ‘동정녀’라고 불리며 2세기경부터 특별한 존경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거주지나 복장에서 일반 신자들과의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의 수도생활은 3세기 중엽 이집트의 사막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 안토니오에 의해서 창시된 사막에서의 은수생활(隱修生活)은 도시의 모든 유혹과 분심에서 벗어나 자신을 온전히 끊어버리고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한 최상의 방법으로 여겨졌습니다.
당시 수도자들은 단식과 철야기도, 육체적 노동을 통해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표현했습니다.
서방교회의 수도회칙 중에서 베네딕토 성인이 저술한 규칙서는 가장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베네딕토 규칙서’는 800년 이후부터 서양 수도회의 생활을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베네딕토의 전통을 지키는 수도자들은 일생 동안 같은 수도원에 머무르면서 비교적 큰 공동체를 이루고 공동으로 바치는 성무일도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알려집니다.
그리고 1534년에는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가 ‘예수회’라는 이름의 혁명적인 수도회를 창설했습니다. 예수회는 ‘교회를 위한 봉사단’으로 회원들은 수도복을 입지 않고, 공동 예배를 드리지 않고, 외딴 곳보다는 도시 중심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위급하게 여기는 일들을 맡아서 처리했습니다.
근세의 수도회는 예수회의 영향을 받아 교회의 봉사를 목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그리고 교육과 포교, 간호 등의 전문 분야를 가진 수도회도 많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반면에 중세보다 더욱 엄격하게 봉쇄를 지키는 '가르멜회'도 근세에 번성한 수도회입니다.
복음적 권고인 청빈, 정결, 순명
그리스도께서는 완전히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기 위해서 평생을 독신으로 보내셨고, 하느님 나라를 차지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리고 가난하게 사셨습니다. 그리고 성부의 명에 따라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 죽기까지 순명하셨습니다.
이러한 그리스도의 생활을 그대로 모방하고 역사 안에서 재현시키는 것이 바로 수도자의 생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도생활의 목표는 그리스도와 일체가 되는 완덕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완덕에 이르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복음적 권고인 청빈과 정결, 순명입니다.
먼저 청빈은 수도생활의 가장 큰 특징으로서 오늘날 우리 모두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가치라고 하겠습니다.
수도생활에서의 청빈은 수도자들이 실제로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물질적인 가난과 하느님께 순종하고 그분께 온전히 자신을 맡기는 헌신으로서의 가난, 가난한 이들과 연대해 그들의 처지대로 살려고 하는 의지로서의 가난으로 구분됩니다.
이 세 가지 가난은 물질적인 가난을 전제로 하는데, 물질적인 가난은 수도원 안에서 개인의 소유를 포기하고 공동으로 소유하는 형태로 표현됩니다.
다음으로 정결은 인간의 성욕을 절제하고 규율하는 윤리덕입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성(性)은 본래 선한 것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악한 것이 될 수 있다는 성의 이중성을 강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결은 독신자나 기혼자 모두가 그 신분대로 지켜야 할 덕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도자들은 정결 서원을 통해 하느님 나라를 위한 독신을 서약합니다. 독신생활을 통해 하느님과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께 바치고 기도와 봉사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순명이란 자유의사를 가지고 기쁜 마음으로 명령에 따르는 마음자세를 말합니다.
순명은 하느님께 대한 사랑의 행위이자 자신을 희생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도자들은 순명을 서약함으로써 서로의 종이 되어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고 효과적으로 단체생활을 하게 됩니다.
수도자가 되려면?
수도원과 수녀원에 들어가려면 먼저 자신에게 수도성소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글자 그대로 거룩한 부르심, 즉 하느님의 부르심인 성소(聖召)가 수도자인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성소자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느끼고 듣는다고 합니다. 끊임없는 기도와 상담을 통해 주님께서 자신에게 내려주신 특별한 선물이 수도성소인지 올바르게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도회를 찾아가 직접 상담하고 성소 모임에도 참여해 보는 것이 좋은데, 상담과 성소 모임을 통해 확신을 가지게 되면 영성적으로 자기에게 맞는 수도회를 찾아가 입회합니다.
일반적으로 수도원이나 수녀회에 입회하려면 정신적ㆍ육체적으로 건강한 미혼남녀로 다른 봉헌 생활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세례를 받은 지 3년 또는 5년 이상 된 신자로 최소한 만 17세 이상 30세 이하여야 합니다. 학력은 고졸 이상인데, 학력이나 나이 제한은 수도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수도회에 입회하면 먼저 6개월 이상 수도성소를 확인하고 수도생활을 배우는 지원기(志願期)를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1년에서 2년간 수도생활의 적합성과 수도회의 성소에 대해 탐구하는 청원기(請願期)를 보냅니다. 다시 1년에서 2년간 자신이 선택한 수도회의 생활을 정식으로 시작하는 수도생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수련기(修練期)를 보냅니다.
그 후 수도원을 책임지고 있는 장상의 허락을 받아 첫 서원인 유기서원(有期誓願)을 하게 되고, 5년 내지 7년이 지나면 마지막으로 수도성소를 식별하고 확인한 후 최후의 서원인 종신서원을 합니다.
종신소원을 한 수도자는 평생 동안 수도생활과 사도직 활동을 위한 교육을 받고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데, 이렇게 자신을 연마하고 스스로를 쇄신해 나가는 것이 바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길이라고 하겠습니다.
수도회의 구분
먼저 수도 서원에 따라 ‘장엄서원 수도회’와 ‘단순서원 수도회’로 구분됩니다.
이것은 서원의 내용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서원 예식 방법에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장엄서원 수도회는 예식이 보다 장엄하게 진행되는 수도회로 대부분 중세 때 등장한 수도회가 여기에 속합니다.
단순서원 수도회는 장엄서원 수도회에 비해서 서원 예식이 비교적 간단하게 진행되는데, 일반적인 활동수도회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설립 목적에 따라 ‘명상수도회’(=관상수도회, 봉쇄수도회)와 ‘활동수도회’로 구분됩니다.
명상수도회는 세속과 격리되어 기도와 노동을 통해 공동체 안에서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라 사는 수도 형태입니다.
보통 봉쇄수도회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세상에 나오지 않고 가족을 만날 때도 격리된 방에서 만나는 규율을 지킵니다.
이들은 세상을 복음화하고 구원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는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자신의 생활을 순결하고 아름답게 가꾸면서 기도와 노동을 통하여 희생, 극기함으로써 그리스도의 협력자로 살아갑니다.
활동수도회는 봉쇄수도회와 구분하여 부르는 명칭으로 반드시 많은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세상에 열려져 있으면서 세속 안에서 활동하는 수도회를 말합니다.
이들은 공동체를 형성하여 수도생활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세상의 요청에 의하여 봉사활동을 펼칩니다. 일반적으로 복음 전파와 교육, 빈민구제, 의료, 사목 협조 등의 봉사를 하고 있는데, 근본적으로는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에 대한 협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본당에 파견된 수도회는 모두 활동수도회입니다.
수도회칙에 따른 구분도 가능합니다.
첫 번째로 성 바실리오가 쓴 ‘바실리오 회칙’을 따르는 수도회가 있습니다. 바실리오 회칙은 주로 덕과 악덕을 논하고 수도정신과 순종, 청빈을 가르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동방 가톨릭교회의 대부분 수도회가 이 규칙을 따르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베네딕토 회칙’을 따르는 수도회가 있습니다. 베네딕토 회칙은 순종과 자기억제, 공동생활을 강조하고 있는데, 수도회에서 생긴 이익금을 애덕사업에 사용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베네딕토 수도회뿐만 아니라 시토회와 트라피스트회 등의 집단 은수생활 수도회에서도 베네딕토 회칙을 따르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아우구스티노 회칙’은 성 아우구스티노가 수도자를 위해서 만든 지침서를 기초로 성 아우구스티노의 제자가 작성한 수도회칙을 말하는데, 도미니코회와 성모시녀회, 예수회, 그리고 여러 활동수도회에서 이 회칙을 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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