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랍어 레이뚜르기아(λειτουργια)에서 유래한 말로 ‘공적 의무’ 또는 ‘공적인 일’이란 뜻이다. 그러므로 전례란 교회공동체가 교회의 이름으로 하느님 아버지께 드리는 공적 예배로서, 교회의 권위로부터 합법적으로 위임을 받은 교직자가 교회에서 인준된 전례서에 따라 거행되는 거룩한 행위로서 ‘미사’, ‘성사(聖事)’, ‘성무일도’ 등이 있다.
교회는 1년을 주기로 하여 구세사를 새롭게 기념하며 하느님께 영광과 감사를 드리고, 교회 구성원 각자가 구원의 은총을 입어 성화(聖化)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구세사의 순서에 따라 약속된 구세주의 오심을 기다리는 시기부터 시작하여 그리스도의 탄생에서 부활까지의 역사적인 일생을 거쳐, 그리스도께서 성령을 통해 우리를 한 몸으로 만드시고 교회 안에 친히 살아계시면서 활동하심을 드러낸다.
1) 대림시기(待臨時期)
대림절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 전 4주간을 말하며, 이 시기는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심을 기다리는 시기로서 두 가지의 뜻이 있다.
첫째,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이 되어 오신 성탄 축제를 기념하고, 둘째, 세말(世末)에 재림하실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희망의 시기이다.
2) 성탄시기(聖誕時期)
성탄절이란 하느님께서 당신의 사랑으로 인류의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내시어,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사람으로 태어나신 것을 기념하는 시기이다. 12월 25일부터 주님 세례 축일까지이다.
3) 사순시기(四旬時期)
예수님의 부활을 준비하기 위한 40일간을 말하며 재의 수요일부터 부활 전 토요일까지이다. 이 시기 동안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고, 각자가 지은 죄를 통회하며 보속하는 내적인 회개와 신앙 쇄신을 위해 노력하며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을 준비한다.
4) 부활시기(復活時期)
부활시기는 교회 전례의 절정이며 극치로서 예수께서 수난과 죽음으로 이룩하시고 완성하신 구원사업을 기념하는 기간으로, 예수 부활 대축일부터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 50일간을 축제의 기쁨으로 지내는 전례상의 시기를 말한다.
5) 연중시기(年中時期)
위의 네 시기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으로, 주님 공현 대축일 다음 날부터 재의 수요일 전까지와 성령 강림 대축일 다음 날부터 대림절 전까지의 33~34주간을 말한다. 이 시기 동안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 등 구원의 신비를 다양하게 경축하고 묵상하며,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끝맺는다.
6) 전례주년과 전례력
교회는 일 년의 주기 안에서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룩하신 구원 업적을 기념하며 경축한다. 예수님의 탄생으로부터 수난.부활.승천과 성령 강림 그리고 재림에 이르기까지 구원 역사 전체를 1년에 걸쳐 기념하고 묵상하는데, 이를 ‘전례주년’이라고 한다.
그리고 전례주년을 시기.달.날짜순으로 종합하여 달력으로 표시한 것을 ‘전례력’이라고 한다. 전례력은 교회에서만 사용하기 때문에 흔히 ‘교회력’ 또는 ‘교회달력’이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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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의 수요일
재의 수요일은 사순절이 시작되는 날이다.
옛사람들은 동식물을 태우거나 또는 화장한 다음에 남은 재에 깊은 신비적 의미를 부여했다. 따라서 재는 죽음과 슬픔, 속죄 등을 나타내는 종교성을 지니게 된 것이다. 구약에도 재와 먼지가 죽음.재앙.슬픔.불행.속죄 등을 상징한 내용이 나온다. 사실 불에 탄 암소의 재는 죄를 씻는 정화의 상징이었다(민수 19,9). 초대교회는 유다 및 고대의 이러한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아 왔다.
재의 수요일에 사제는 신자들 머리 위에 재를 뿌리면서 회개를 강조하며 인생의 무상함을 상기시킨다. 한낱 먼지로 사라져갈 우리들임을 깨닫게 하고, 보다 올바른 삶을 살도록 재촉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례 의식은 1091년 이탈리아 베네벤또(Benevento) 지역 회의에서 결정되었으며, 이보다 한 세기 앞서 영국 등지에 널리 번져 있었다.
십자가의 길(聖路神功)
십자가의 길은 빌라도 관저에서 갈바리아 산 십자가가 세워진 곳까지, 대개 1,317보의 거리이다. 이 길은 교회 초기부터 열심한 교우들이 걸으면서 주님의 수난을 아파했던 곳이다. 그러나 거리가 멀어 그렇게 할 수 없는 타지방 교우들은 그리스도께서 우리 구원을 위해 수난하신 사실 중에서 중요한 것 14가지의 모습을 만들어 성당 양벽에 표시해 놓고, 주님의 고난에 동참했다.
성로신공이란 바로 이 앞을 차례차례 지나면서 예수 수난의 고통이 어떠하셨는가를 묵상하고, 수난에 결부된 자신의 죄를 아파하면서 드리는 기도로서 특히 사순절 동안 많이 할 것을 권장한다.
주님 수난 성지(聖枝)주일
주님 수난 성지일은 부활절 바로 전 주일(매년 부활주일은 바뀜)로 예수께서 수난 전에 예루살렘에 입성한 것을 기념하며, 이날부터 성주간이 시작된다.
성지주일의 전례는 1,2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하여 성당 밖에서 성지 축성과 분배, 성지 행렬의 복음 낭독(루카 19,28-40) 후 십자가를 앞세우고, 사제와 신자들은 축성된 성지를 들고 행렬하며 성당에 들어간다.
제2부는 본미사로서 본기도부터 수난복음을 들으며 주님의 길, 십자가의 길을 함께 묵상한다. 성당 밖에서 행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성당 안에서 미사 전에 성대한 혹은 간단한 입당식으로 이를 기념한다.
이날 축성된 성지는 1년 동안 잘 보관했다가 다음 해에 태워서 재의 수요일 예절에 사용한다.
기쁨과 슬픔, 영광과 모욕이 엇갈린 이날의 전례는 부활이란 고통과 직결되어 있다는 크리스천 본래의 진리를 확인시켜 준다.
성목요일
성유축성미사
이날 오전에는 주교와 사제들의 공동 집전으로 주교좌성당에서 성유축성미사를 거행한다. 이때 축성되는 성유는 세례.견진.신품.병자성사 때 사용되며, 사제들은 서약 갱신식을 함으로써 사랑과 봉사를 다짐하며 교구 일치를 증거한다.
주님의 만찬미사
예수께서 수난 전에 제자들과 나누신 마지막 저녁식사로서, 사랑의 성체성사를 기념하는 미사이다. 사목상 필요하다고 여기는 곳에서는 세족레(洗足禮)가 거행된다. 이것은 예수께서 애덕과 겸손을 가르치기 위해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일(요한 13,1-17)을 기념하는 것으로, 1956년 이래 미사 중에 삽입되었다.
영성체 후에는 성체를 다른 곳에 모시며 본 제대도 벗긴다. 이때 성체를 모신 감실은 무덤이 아니지만 예수님의 크신 사랑과 모범을 예수님 곁에서 보다 깊이 묵상하면서, 신자들은 성금요일 전례 전까지 성체조배를 한다.
성금요일
예수께서는 십자가 위에 죽으신 신비를 더욱 깊이 새기기 위해 십자가 경배와 단식, 금육을 한다. 그리고 이날은 교회에서 성사를 집전하지 않고 다만 오후 3시경에 주님의 수난 예식을 행한다.
이 예식은 말씀전례부터 시작하며 독서와 주님의 수난 복음을 통해 고통당하시는 예수의 모습을 보여준다. 복음 후 드리는 장엄기도(보편지향 기도)는 십자가 위에서 아버지께 드리는 예수님과 그의 몸인 교회의 기도이다.
십자가 경배
4세기 말 에테리아가 전해준 이 의식은 예루살렘에서 행해지던 의식이다.
사제는 보로 가린 십자가를 높이 들고 “보라 십자 나무, 여기 세상 구원이 달렸네.” 하고 외친다. 신자들은 “모두 와서 경배하세.”라고 노래하며, 구원과 생명이신 예수의 표징으로써 세워진 십자가 앞을 지나가며 경배한다. 십자가 경배 후 영성체를 한다.
성토요일
부활전야미사 때까지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무덤에 묻히심을 기억하며 제단은 벗겨진 채 미사도 드리지 않는다. 이날 전례는 모두 밤에 거행된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첫 파스카를 지내던 밤(탈출 12,42)을 생각하며 교회는 초세기부터 이 밤을 깨어 기념했었다. 특히 세상의 빛이신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부활초 축성과 세례수 축복은 신자들로 하여금 세례 때 받은 신앙을 새롭게 하고, 그리스도와 함께 이웃에게 전해야 할 사명을 일깨워 준다.
파스카(Pascha) - 부활 축제
파스카는 유다민족에 있어서 핵심적 축제이다. 유다인들은 이집트의 노예생활에서 해방된 것을 기억하며 하느님께 감사드렸다. 파스카는 과월절(過越節)이라는 뜻으로 ‘건너가다’, ‘지나가다’라는 동사에서 연유된 것이다.
유다인들은 제사로 바친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름으로 죽지 않고 구원의 길을 걷게 되었다. 유다인들은 이집트 노예에서의 해방을 통해 하느님을 체험했으며, 이 체험을 생생하게 기리기 위해 축제를 성대하게 지낸 것이다.
예수 부활과 파스카
초기교회는 유다인들의 파스카 축제와 예수의 부활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며 기억해 왔다. 예수께서는 스스로 당신의 죽음이 파스카의 어린 양의 죽음과 같음을 보여주셨고, 구약을 완성하고 있음을 선언하셨다.
유다인들이 파스카의 사건을 통해 자유와 해방을 맛보며 구원되었듯이 새로운 백성,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해 그리고 그 죽음에 동참한다는 표지인 세례성사를 통해 구원을 맛보는 것이다.
어둠에서 빛으로, 죄에서 은총으로, 억압에서 자유와 해방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옮겨지는 사건이 바로 파스카 - 부활의 사건인 것이다.
예수승천 대축일
루카는 예수께서 부활하신 뒤 40일 동안 제자들과 함께 지내시다가 40일 후에 하늘로 오르셨다고 사도행전에서 증언하고 있다.
루카는 구원의 사건에서 시간이 갖는 그 중요성과 상징성을 깊이 인식했다. 첫째는 구원의 결정적 시간으로 매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 ‘지금’, ‘이제’를 강조하는 것이며, 둘째는 구원의 긴 역사로 구원의 단계적 과정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메시아를 기다리며 약속의 실현을 고대했던 구약의 역사를 크리스천들은 깊이 묵상했다.
성경에서 40의 상징적 의미를 살펴보면 노아 홍수의 40년, 탈출기의 40년, 하느님과 시나이 산에서 대화를 나누며 지낸 모세의 40일, 엘리야 예언자가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걸어야 했던 40일 여정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복음사가들은 예수의 광야 유혹 40일을 언급하고, 루카는 특히 부활 후 40일간을 예수의 지상 삶의 완결시간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시간 안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는 상징적 교훈이다. 구원이 실현되기 위해 요구되는 구체적 과정과 단계, 그리고 분명한 시간의 인식 속에서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다짐하게 된다.
그러나 루카는 이러한 시간을 뛰어넘어 그리스도가 언제 다시 오실지, 즉 종말의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고 선언하고 있다. 매 순간순간이 바로 종말의 시간이며, 종말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부활이 만남을 통한 사랑의 확인이라면, 승천은 이별을 통한 사랑의 재다짐이다. 따라서 교회의 오랜 전통은 부활 후 40일이 되는 날을 예수승천 대축일로 기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우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로 부활 제7주일에 이 축일을 기념하고 있으며, 성주간은 성지주일부터 부활 전까지의 한 주간을 말한다.
성령강림 대축일
예수부활 대축일로부터 만 7주간이 되는 50일째 되는 날로, 성령이 사도들에게 강림한 것을 기념하는 대축일이다. 이로써 교회가 설립되었고, 선교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즉 이날은 교회의 생일이다.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실 때 제자들에게 성령을 보내주실 것을 약속하셨고, 오순절에 성령을 보내주셨다.
오순절은 구약시대 때에 유다인들이 중요하게 기념했던 과월절, 초막절과 함께 3대 축일로 손꼽힌다.
이 축일의 신약적 기원은 사도행전 2장 1절에서 기인하고 있다.
오순절은 칠주제(七週祭)라고도 불렸으며, 이날 첫 곡식을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치곤 했다. 오순절은 특히 시나이 계약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데, 이집트 탈출 50일째 되는 날에(탈출 19,1-16) 시나이 산에서 모세가 하느님께로부터 십계명을 받아 하느님과 계약을 체결했던 것이다.
모세가 십계명을 가지고 온 것은 곧 예수께서 주신 약속의 선물로, 성령 즉 사랑의 새 법과 상통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구약과 신약의 연속성을 이해할 수 있고,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이 받는 새로운 계명의 의미를 보다 깊이 알아들을 수 있다.
오순절은 바로 우리 삶의 시작, 우리 삶의 현장이다. 오순절은 곧 천상 예루살렘의 지상 실현을 예시적으로 보여준 종말의 의미를 지닌 사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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